유럽연합, 인공지능 윤리지침 선점 고지전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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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타임스=양태경 기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대기업을 상대로 한 조사는 회사 서재 책장 어딘가에 잠깐 꺼내 만지작거릴까 말까 하는 먼지 쌓인 윤리지침서가 이미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끊임없이 변화, 진화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중인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 장치제조사, 소매업자 등 모든 산업 전반에 걸쳐 제기되는 질문은 자발적이고 구속력 없는 인공지능 관련 윤리규칙이 그저 군말없이 따르기만 하기에는 너무 거추장스러운 그런 법이 될 건가 하는 것이라고 월드 이코노믹 포럼 4차산업혁명센터가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우슐라 폰 데르 레이엔 차기 유러피언 커미션 위원장이 취임 첫 100일 이내에 인공지능의 윤리적 사용을 위한 법안을 공개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유럽 기업들은 이 인공지능 규정에 의해 규제되는 세계 최초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법안 공개 이후 늦어도 2월까지는 입법안이 나와야 한다. 폰 데르 레이엔 의장의 제안이 파리, 프랑크푸르트, 밀라노 또는 기타 유럽의 거점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뿐만 아니라 전세계 각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유럽의 일반 데이터 보호규정에 관한 담론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인공지능 윤리 토론의 장 형성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 윤리 제정의 징후는 이전에도 벌써 있었다. 유럽의 정책 입안자들이 G7 선진국들과 함께 지난 8월 말 프랑스에서 가진 회의에서 다섯가지 주요 목표들 중 하나로 인공지능을 야심차게 논의하면서부터다.

물론, 세계 선진국들에 의한 인공지능 윤리 제정이라는 목표 설정이 가당한 것인지, 그것이 단일안으로 통과될런지 단언하기는 아직 이르다.

오늘날의 인공지능 윤리 지형은 이미 수많은 경제분야에 걸쳐 각국 정부, 국제기구 및 개별 기업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이 윤리 조항을 더 빨리 초안하면 할수록 국제적 규제라는 고지를 선점하는데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인공지능 윤리의 규제라는 고지를 선점하고자 하는 이러한 유럽의 지략은 인공지능 기술 규제에 대한 글로벌 속도 조절을 꾀하면서 유럽연합 28개국(영국을 제외하면 27개국)의 경제적 우위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이며 또한, 동시에 인공지능 기술 인프라 구축의 어려움을 시사하기도 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 가장 까다로운 수준의 규제를 방어하기 위해 독자적 기술을 구축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인 데이터&소사이어티의 연구원인 제이콥 메트캐프는 "인공지능 기술 규제는 오히려 대부분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 때문에 생겨난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마켓인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연합의 규정 준수 노력에 온도차가 있더라도 양측이 완전히 다른 인프라를 갖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다"며 “설사 규정을 준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미국과 유럽연합 내 회사들도 일단 회사 정치에 들어가게 되면 민감하지 않은 규정 위반에도 예민해지기 마련이다”라고 전했다.

유러피언 커미션은 지금까지 인공지능에 관한 가장 예민한 규칙 제정을 미뤄왔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52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그룹에 윤리 지침을 제출했는데, 그 중 4명만이 윤리학자였다. 해당 그룹이 4월 확정한 이 윤리 원칙은 현재 300여 개 기업에 실제로 적용돼 시험대에 올랐다.

하지만, 비록 그 시험이 호응을 얻고 있기는 하지만 전문가 집단 내에서 조차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 윤리 지침 초안 작성에 참여한 독일의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마인츠 대학의 철학 교수인 토마스 메칭거는 “이 인공지능 기술 윤리 지침을 바탕으로 생산된 제품들이 모범적이기는 하나 여전히 윤리 지침에 지나치게 압도된 나머지 너무 과도한 산업 편향을 보여 주고 있다”고 전한다.

또한, 메칭거 교수는 “치명적인 자율 무기 시스템이나 인터넷 영향력 지수와 같은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대해 한계를 두는 등 윤리적으로 인공지능을 제한하기보다는, 모호한 윤리 지침을 넘어 인공지능 산업 전반이 자기 존중과 도덕적 의무를 준수함으로써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유러피언 커미션의 다음 회기에서 인공지능 윤리 지침에 대한 진정으로 실질적인 세계적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에 회의적이라 전하면서도 인공지능 윤리 토론이 글로벌 지적 리더십을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메칭거 교수는 "인공지능 윤리 지침에 대한 세계적 기준이 정해지지 않는다면 정부의 규제완화,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물밑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기업들이 최저 윤리 기준만을 요구하는 국가로 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유럽연합이 진정한 글로벌 토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G20 수준에서 지금까지의 논의는 꽤 공허하고 비협조적이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인간 중심의 인공지능 세계화 연대를 모색중인 유러피언 커미션의 노력은 G7에서 유럽연합 국가들이 캐나다, 일본, 미국에게 그 연대가 국제적인 합의를 통해 진전돼야 한다며 설득을 시도할 수 있다. 5월에 유럽의 고위 관리들은 일본측 관리들을 만난 후 G7과 G20 회의를 통해 인공지능 윤리 지침에 대한 국제적 공동 이해를 증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럽연합 내 국가 정부들은 인공지능에 관한 신기술 규제에 아직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지난해 말까지 그들만의 국가 전략을 세우기로 합의한 바 있지만, 이 계획의 절반 정도만 현재까지 진행돼 앞으로 유럽연합 내에서 인공지능 윤리 지침에 대한 논의가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에이아이타임스 aitimes 에이아이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