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인공심장판막이 등장해 의료기술 세계화가 기대된다(출처-픽사베이)

국산 인공심장판막이 등장하고 한 살배기 아기가 인공 보조심장으로 회복에 성공하는 등 ‘인공심장’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연구팀과 태웅메디칼은 2004년 개발을 시작한 폐동맥 인공심장판막이 최근 2년간의 임상시험을 마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그동안 인공심장판막 제품은 수입품이 독점하고 있던 추세로 이번 시판 허가가 단가를 낮춰 줄 전망이다.

앞서 연구팀은 보건복지부 지원 바이오이종장기사업단을 통해 돼지와 소의 심장 외막을 이용한 인공심장판막 개발을 시작했다. 가슴을 여는 개흉수술 대신 피부를 통해 간단히 판막을 이식하는 스텐트 개발도 동시에 진행했다.

이후 2016년부터 시작한 임상시험에서 환자 10명에게 이식하고 6개월 추적 관찰한 결과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 이종이식의 가장 큰 문제점인 면역거부반응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면역억제제가 필요 없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심장에는 혈액순환을 조절하는 판막 4개가 있다. 가장 흔한 판막질환은 대동맥의 판막 협착이다. 대동맥 인공판막은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 자가확장형으로 개발한 타비(TAVI)라고 불리는 스텐트-인공심장판막이 상용화돼있다.

반면, 폐동맥 자가확장형 인공심장판막은 그동안 상용화된 제품이 없어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이 치열하게 경쟁해왔던 분야이기도 하다. 이 분야에서 서울대병원이 스텐트 이식 폐동맥 인공심장판막을 개발하고 보건당국의 시판 허가까지 끌어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것.

이에 따라 그동안 외국에서 개발돼 쓰이고 있는 풍선형 폐동맥 인공판막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결과가 공개되면서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상용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다음 달 유럽 6개국, 11개 소아심장센터와 만나 유럽 허가 절차를 협의하기로 했다. 유럽에서는 내년 초 임상시험을 개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인공 보조심장은 성인에게만 이식이 가능했다(출처-픽사베이)

한 살배기 아기, 인공 보조심장으로 회복 성공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은 심부전의 일종인 ‘확장성 심근병증’을 앓던 한 살배기 A(가명)양에게 3세대 인공 보조심장으로 불리는 ‘좌심실 보조장치’(LVAD)를 체외에 부착, 심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확장성 심근병증은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겨 폐·간·콩팥 등 각종 장기가 기능을 잃으면서 사망에 이르는 중증 심장질환이다. 이런 경우 다른 사람의 심장이나 인공 보조심장을 이식하는 게 대표적인 치료법이다.

인공 보조심장의 경우 완전한 심장은 아니지만, 양수기처럼 피를 끌어다가 대동맥에 흘려줌으로써 좌심실 기능을 대체한다. 다만, 아직까지 인공 보조심장은 성인에게만 이식이 가능한 데다, 그마저도 심장이식 전까지 임시로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에 머물렀다.

A양은 지난해 12월 말 호흡이 거의 없는 상태로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로 긴급 후송됐다. 당시 좌심실 기능이 정상 수준의 5% 이하로 떨어져 있어 심장과 폐기능을 대체하는 ‘에크모’(체외막산소화장치·ECMO) 없이는 호흡이 어려울 정도였다.

이에 심장혈관병원 박영환(심장혈관외과)·정조원(소아심장과) 교수팀은 A양에게 지난 1월 인공 보조심장을 체외에 부착하는 수술을 했다.

이 수술 후 A양은 심장기능이 차차 좋아지면서 몸이 붓는 증상이 사라지고 건강을 회복했다. 또 또래처럼 걸음마를 시작하는 등 정상적 발달과정을 거치고, 소화기능이 회복돼 입원 시 6.5㎏이던 체중도 9㎏까지 늘었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급기야 6월 말에는 부착했던 인공 보조심장을 모두 제거하고도 자가 호흡에 문제가 없었다. A양은 지난달 6일 건강하게 퇴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