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현장, SW적 사고 습관화, 이를 통한 교육 방법 변화 기대 있어
소프트웨어 교육은 단순히 개발자를 만들어내는 교육이 아냐
AI윤리적 접근 과정, 교육 현장에서 이뤄져야
앱 개발, 서비스 기획, 인공지능 등 다양한 경험을 학생들이 흡수하게 해야
서울 벗어나면 격차는 심해져....지방, 온라인수업 가능 학생, 절반 안되기도
대학에 가서 배우면 된다는 생각은 너무 낡아..보편적 SW에 대한 이해 필요

[편집자주] 공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재에 대응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장의 변화를 제대로 아는 건 교육 혁신의 첫 단추다.

2016년부터 실시된 소프트웨어 교육은 잘되고 있는지, 인공지능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또한 교육 기업들이 준비하고 있는 AI 도구들은 어떤 것인지 살펴보고 이들을 통해 미래 교육의 모습을 예측해보고자 한다.

소프트웨어 교육이 정규 교육 과정으로 들어온지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2016년부터 시작된 소프트웨어 교육은 지난 5년동안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당장 소프트웨어 교육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사교육 시장을 보면 ‘교육 수요자'들이 소프트웨어 교육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수많은 학원들이 소프트웨어보다는 ‘코딩 교육’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파이썬을 떼고, 자바를 익히는… 마치 제 2 외국어를 배우는 것처럼 접근하는 경우가 적잖게 눈에 띈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소프트웨어 사고'와 '코딩'의 온도차

물론 코딩을 배우는 게 틀린 일은 아니다. 다만 소프트웨어의 교육은 조금 더 큰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처음 소프트웨어가 정규 교육 과정으로 도입되던 시기에도 방향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이를 주도했던 당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입장은 명확했다. 코딩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인 문제 해결 방법을 교육 현장에 도입하는 것이었다.

‘소프트웨어적 사고’, 혹은 ‘컴퓨터적 사고’는 21세기 교육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문제를 발견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정리해서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과정에서 활용되는 기본적인 처리 과정일 뿐 아니라 업무나 교육 현장에서도 활용되는 사고 방법이다.

코딩은 이를 구현하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공교육에 소프트웨어 교육이 도입된 근본적인 이유도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양성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공교육 학습 현장에서 소프트웨어적인 사고가 습관화되고, 이를 통해 교육의 방법이 달라지는 것에 대한 기대였다. 더 나아가 졸업 후 산업 현장에서도 컴퓨터적 사고가 업무를 변화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애초의 목표에 비해 소프트웨어 교육이 학생들에게 생활화될 수 있을 만큼 넉넉한 교육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초등학교는 6년동안 17시간, 중학교는 3년 동안 34시간을 배울 뿐이다.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별도의 전문 교육 환경보다는 실과 수업의 한 단원 정도로 학습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위해 파이썬이나 자바 등의 코딩을 사교육으로 배우는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교육 현장이 ‘코딩도 가르쳐주지 않는 원론적 교육’이라는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의 논란은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데 공교육에서 이를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교육의 소프트웨어 교육은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하지만 소프트웨어 교육은 개발자를 만들어내는 교육이 아니다. 사고력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 능력을 쌓고, 단계에 따라 그 과정을 코딩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고 보는 편이 맞다. 현업에서 일하는 개발자들도 당장 개발 언어를 익혀서 현장에 투입되는 예비 개발자보다는 문제 풀이에 대한 기본 사고 능력이 갖춰진 인재를 필요로 한다.

개발 언어는 점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막연하게 기술로 접근하는 것보다는 필요한 것을 구현하기 위한 방법, 수단으로 개발 언어를 접근하는 편이 더 빨리 익힐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공교육은 보편성에 기반한다. 물론 한 번 결정되면 5년 이상 이어지는 교육 과정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모두 반영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그 안에서 유연성을 보일 수 있는 교육 현장의 고민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에 대한 지적도 당장 교육 과정을 뜯어고치는 것보다 소프트웨어 교육의 한 분야로 접근하는 편이 맞다. 특히 인공지능의 활용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인공지능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지에 대해 윤리적으로 접근하는 과정은 기업 이상으로 교육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과제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결국 시간의 문제다. 현재 교육 과정의 소프트웨어 교육은 옳은 방향성을 갖고 있지만 학생들이 경험하는 컴퓨터와 인터넷, IT기술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은 시간동안 이뤄진다. ’n번방 사건’처럼 왜곡된 인터넷 활용 기반한 범죄가 아무렇지도 않게 반복되는 이유도 새로운 기술을 접하는 기본 원칙과 소양, 윤리 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접근 방향을 넓힐 필요는 분명히 있다. 컴퓨터가 없어도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교육은 많고, 컴퓨터적 사고에 바탕을 둔 다양한 생각들을 표현할 수 있는 전문적인 코딩 교육도 수요에 따라 적극적으로 뒤따를 필요가 있다. 앱 개발부터, 서비스 기획,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등 다양한 경험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을 흡수할 수 있는 장치가 더해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공교육 통해 경험, 정보 격차 줄여

몇 년 전 한 소프트웨어 행사에서 중학생을 만났던 기억이 떠오른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심이 많은데 배울 곳이 마땅치 않고, 학교에서 소프트웨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선생님이나 친구가 없다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이 때문에 외부의 이벤트를 찾아 나서면서 궁금한 것들을 익히고, 스스로 공부한 것들을 자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었다.

그나마도 서울에 있는 학생들은 크고 작은 행사 뿐 아니라 다양한 커뮤니티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현장 경험은 물론이고 교육의 기회도 접하지 못하는 정보의 불균형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소프트웨어 교육에서 코딩의 가장 중요한 역할, 즉 ‘생각한 문제를 직접 풀어내는 과정’으로서의 개발이 어떤 형태로든 덧붙여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학생들이 접근할 수 있는 컴퓨터 환경의 보충도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교육에 컴퓨터가 필수는 아니지만 그 경험을 확장하려면 컴퓨터가 충분히 보급되어야 한다. 현재 학생들이 일상으로 경험하고 있는 원격 수업을 비롯해, 오프라인에서도 더 많은 수업에 IT 도구들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당장 원격 수업에서도 여러가지 문제가 드러났지만 대표적으로 기기의 보급률이 너무나도 떨어지고 인터넷의 접근성도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을 벗어나면 격차는 더욱 심해진다. 지방의 한 교사는 PC로 수업에 접근하는 학생들이 절반이 되지 않고, 집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학생은 3분의 1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역마다 환경이 다르겠지만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스마트폰의 셀룰러 네트워크를 통해 교육 환경에 접근하고, 과제를 내고 있다.

아무리 스마트폰을 잘 다루는 밀레니얼, MZ세대라고 하지만 키보드와 터치스크린 등이 주는 생산성에 비해 큰 제약이 있는 것은 명확한 현실이다. 당장 스마트폰의 데이터 용량이 모자라서 카메라와 영상을 켜지 못하고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이 셀 수 없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창의성을 표현하는 방법이 종이와 연필에서 컴퓨터와 태블릿 등으로 확장되는 시대다. 교과서가 보급되는 것처럼 적절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컴퓨터의 대중화가 국가적으로 고민되어야 할 시기다. 컴퓨터는 사치품이 아니라 교과서 이상의 교육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90년대부터 교육 현장은 끊임없이 정보화 교육을 고민해 왔다. 그리고 큰 고민 속에서 시작한 소프트웨어 교육이 이제 6년차를 맞이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적극적인 정보 교육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 필요성이 앞으로 더 강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굳이 전문가가 아니어도 내다볼 수 있다.

결국 코딩이 중요한 것 아니냐는 결론으로 돌아올지 모르겠다. ‘그게 그거 아닌가’라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공교육 현장의 소프트웨어 교육은 더 넓은 범위의 개념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를 가르치기에 최적의 환경이라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그 이상의 기회를 원하는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토대가 더해질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대학에 가서 배우면 된다’는 생각은 너무 낡았다. 대학에서 수학을 처음부터 배우지 않는 것처럼 대학은 대학대로 더 깊은 지식을 주어야 하고, 12년간의 공교육을 마친 사람들은 고등 교육을 떠나 누구든 보편적으로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기다. 어렵게 발을 뗀 소프트웨어 교육이 다음 단계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AI타임스 최호섭 기자 work.hs.cho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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