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저렴하게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 민주화' 실현
검색·광고·쇼핑·생산성 등 비즈니스 통합 예고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5년 내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예고했다. '인공지능(AI) 에이전트'로 인해 사람들은 말만 하면 모든 작업을 처리할 수 있으며, 이는 개인의 생활과 비즈니스, 사회까지 혁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이츠 MS 창업자는 9일(현지시간) 개인 블로그를 통해 '에이전트의 미래: AI는 컴퓨터 사용 방식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는 글을 올리고 에이전트, 즉 AI 개인 비서가 개인의 삶과 기술 업계, 비즈니스 등 사회까지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그는 "자연어에 반응하고 사용자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유형의 소프트웨어"를 에이전트라고 정의했다. 또 30여년 전인 1995년 책 '나아갈 길(The Road Ahead)'에서 에이전트를 언급하고 연구했으나, 에이전트는 AI의 발전으로 인해 최근에야 실용화됐다고 전했다.

이는 내년 윈도우 12에 탑재할 '코파일럿 AI'에도 포함된 기능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도 최근 똑같은 발언을 한 바 있다.

나델라 CEO는 지난달 25일 퀄컴의 ‘스냅드래곤 서밋 2023’ 행사에서 윈도우 12는 코파일럿이 '시작' 버튼을 대체함으로써 전체 사용자 경험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윈도우에서 내 의도만 표현하면 코파일럿이 알아서 해당 앱으로 이동하거나, 앱을 가져온다"라며 "코파일럿은 배우고, 질문하고, 생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사용자 습관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이츠 창업자도 "앞으로 5년 안에 상황은 완전히 바뀔 것"이라며 "작업마다 다른 앱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하고 싶은 일을 일상 언어로 기기에 말하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당신이 공유하기로 선택한 정보의 양에 따라 소프트웨어는 당신의 삶에 대해 풍부한 이해를 가지게 되므로 개인적으로 응답할 수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누구나 현재 기술을 훨씬 뛰어넘는 AI 개인 비서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에이전트는 사람과 컴퓨터의 상호 작용 방식을 바꾸는 것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컴퓨터 분야를 넘어 산업 전 영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대표적으로 꼽은 분야는 ▲의료 ▲교육 ▲생산성 ▲엔터테인먼트 및 쇼핑 등이다. 그는 AI가 현재 대부분 사람에게 너무 비싼 서비스를 민주화, 싸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선 의료 분야에서는 의사들의 문진 내용을 서류로 작성하고 환자 데이터 정리 및 분류를 돕는 AI 도구를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런 'AI 의료 어시스턴트' 사업에는 MS를 비롯해 구글, 아마존, 오라클 등 빅테크들이 일제히 뛰어들고 있다.

여기에 AI 에이전트는 개인 데이터를 축적하고 웨어러블 장치 등을 통해 생체 신호를 읽어 더 개인화된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는 정신 건강 분야에 특히 유용할 것으로 봤다. 물론 AI의 환각 문제로 인해 상용화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인간 역시 실수하며 AI 도입이 실보다 득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달라질 것으로 봤다.

교육에서도 AI 에이전트는 1대 1 가정 교사의 역할로 모든 어린이에게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런 'AI 튜터'는 어린이의 개인적인 관심사를 연결, 학습 경험을 끌어 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게임 '마인크래프트'와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를 좋아하는 어린이에게는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해 부피와 면적 계산법을 설명하고, 스위프트 노래 가사로 스토리텔링을 가르치는 식이라 덧붙였다.  

기업 생산성 향상을 돕는 예로는 MS 코파일럿과 구글의 서비스를 들었다. 나아가 이런 서비스들은 회사 조직원들의 개인적인 경조사까지도 파악, 환자에게 꽃을 보내고 자녀들의 대학 진학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등 개인 비서가 하는 것과 같은 인간적인 서비스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엔터테인먼트와 쇼핑 등 개인적인 취미와 관심사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미 게이츠가 투자한 픽스와 같은 회사는 사용자의 질문에 따라 TV나 영화, 스트리밍, 책 등을 추천하며, 스포티파이는 맞춤형 음악을 제공한다. 이를 기반으로 쇼핑과도 연결,  모든 리뷰를 읽고 요약해 제품을 추천할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사진=GatesNotes)
(사진=GatesNotes)

이런 에이전트는 기술 업계와 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며, 결국 에이전트는 윈도우나 안드로이드, iOS와 같은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봤다. 또 별개로 흩어져 있던 앱을 사람들이 일일이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지며, 검색과 광고, SNS, 쇼핑, 생산성 앱 등 비즈니스가 하나로 통합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어떤 회사도 에이전트 사업을 지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용 가능한 다양한 AI 엔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유지 및 저장을 위한 새로운 방식의 데이터베이스와 ▲사용자와 작용할 플랫폼(스마트폰이나 앱, 헤드셋 등 장치) ▲에이전트 간 데이터 소통을 위한 표준 프로토콜 ▲AI의 환각과 편견 ▲개인정보 보호 등 문제를 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미래에는 에이전트가 심오한 질문을 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전했다. "에이전트로 인해 모든 사람이 거의 일하지 않고도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다면 여전히 교육을 받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대부분 사람이 자유 시간을 많이 가질 때 안전하고 번영하는 사회를 가질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이처럼 게이츠는 기술이나 빅테크 중심에서 벗어나 '사용자 입장'으로 AI 발전에 따른 영향을 정리했다. MS의 사업 내용이나 현재 진행 중인 빅테크의 주요 비즈니스 트렌드도 거시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전에 "AI는 'GUI(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의 등장 이후 가장 큰 기술 발전"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즉 컴퓨팅은 마우스 클릭 하나로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되며 급격하게 발전했고, 이제는 마우스 클릭도 필요없이 말만 하면 작업이 가능하게 됐다는 내용이다.

물론 AI의 급격한 발전에 따라 최근 강조되는 윤리나 법적인 문제보다 '장및빛 미래'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볼 수도 있다.  

"30여년간 에이전트를 연구했다"라는 게이츠는 결국 AI가 단순 컴퓨팅을 넘어 인간의 생활 자체를 혁신할 것이라고 예고한 셈이다. 이는 SF에서 그리는 미래의 모습이나 현재 AI 업계가 지향하는 바와도 같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키워드 관련기사
  • 빌 게이츠 "챗봇 때문에 검색·쇼핑 사이트 갈 필요 없어질 것"
  • 빌 게이츠 "AI 개발 중단으로 문제 해결 어려워"
  • "AI는 GUI 이후 가장 중요한 기술 발전"...빌 게이츠, 블로그에서 극찬